Overblog
Editer l'article Suivre ce blog Administration + Créer mon blog

나의 풀싸 리스트를 알려줄께

Publié le


난생 처음 강남 풀 인파에 제이미의 눈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하늘 위로 펑펑 터지는 불꽃도 신기하고, 거리마다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도 신선했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여자옷과 굽이 있는 비단신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제이미는 발이 아픈 것도 모르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원래 강남 풀은 우선 여장을 하고 이블린인 척 빠져나간 후 숲에서 남자옷으로 갈아입고 유유하게 랭켜셔 경의 영지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나 너무 들떠서 성을 빠져나온 탓에 그만 남자옷을 챙겨오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그러나 제이미는 처음으로 셔빌 성으로 혼자서 빠져나왔다는 것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이 정도의 불편함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여자옷을 걸쳤든 남자옷을 걸쳤든 이렇게 바깥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다.

“어이, 아가씨 혼자야?”

불쾌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제이미가 움칠 놀라며 술에 취해 코가 빨개진 사병들을 올려다보았다.

“혼자 왔으면 우리 강남 풀과 같이 놀지 않을래? 술도 한 잔 하고 어때?”

사내들이 한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제이미는 뒷걸음쳤다. 덩치 큰 사내들의 술에 취해 풀린 눈도 무섭지만, 혹시라도 여장한 게 들킬까봐 더 겁이 났다.

“아니요, 됐어요. 저는……일행이…….”

16살이 되도록 변성기가 오지 않은 자신의 목소리가 이때만은 감사했다.

“에이. 일행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혼자인 거 다 알아. 그냥 빼지 말고 우리랑 놀지?”